아트소향 기획전 26일까지
슬픔에 잠긴 사람들이 서로를 안고 보듬어 준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각의 틀에도 함께 슬퍼하는 인물들이 겹쳐 있다.
조각을 감싸안은 조각이기에, 그곳에 새겨진 인물들이 마냥 아파 보이기보다 누군가로부터 보호받고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조세랑 작가의 ‘여여_화화’. 아트소향 제공)
아트소향(부산 해운대구 센텀중앙로)의 기획전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은 슬픔을 주제로 했지만 위로를 안겨주는 전시다.
각종 사건사고와 자연재해로 슬픔을 넘어 절망을 겪은 이들을 ‘애도’하는 의미에서 준비한 전시로, 젊은 작가 감성빈 슈무 조세랑 피그마 4명이 이를 주제로 한 작품 45점을 선보인다.
아트소향 박세린 학예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진정한 애도를 보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작가 4명은 모두 중국 북경중앙미술학원 출신이다.
중국의 유명한 미술 전문 대학에서 배운 뒤 각자의 개성을 바탕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중국과 한국의 전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각 언어를 선보인다.
실기를 중시하는 중국 특유의 학습 방식을 따랐기에 작품의 밀도가 굉장히 높고,
조각 판화 수묵화 벽화 등 다양한 전공을 바탕으로 작업해 여러 장르의 작품을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
(감성빈 작가가 애도를 주제로 만든 작품 ‘Hug’. 아트소향 제공)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모두 ‘애도’라는 주제에 걸맞게 누군가의 슬픔에 공감하면서 동시에 위로를 전한다.
서로를 보듬은 인물들을 조각하며 아픔을 감싸안은 감성빈 작가의 작품은 슬픔에 멈춰있지 않고 이를 간직하면서도 치유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섬세한 조각과 색감으로 자신만의 판화 작업을 이어가는 슈무 작가는 인간의 욕심으로 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조명하면서, 그들의 아픔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들을 좀 더 주체적인 존재로 묘사하며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화려한 색감과 독창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인 조세랑 작가는 꽃 과일 등 누군가를 애도할 때 바치는 사물과 전통문화의 이미지를 겹쳐 놓으면서 그 속에서 그들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한다.
벽화를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피그마 작가는 어둠 속에 있지만 그 안에 밝은 빛을 간직한 인물을 통해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독특한 구성과 섬세하면서도 밀도 높은 색감이 매력적이다.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